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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클럽
오래된 습작들을 꺼내며 너희들이 내 책상서랍 안에서 잊혀져가는 물감들과 정을 통할 무렵 난 너희들을 꺼내 세월의 잔 때를 털고 말았구나. 그래 부끄럽지만 내 자식인 것을 부모는 자식을 버릴 수 없다고 불륜을 나둘 수는 없다고 말라버린 흔적을 화장지 곱게 접어 침 묻혀 지울 때 더럽다고 찡그리나 울어버린 네 몸뚱이에 다림질이라도 해주어야 하나 걱정마라 내가 쭈그리고 만든 것들아 다시 치장하고 맑은 새 옷에 가격만큼 날카로운 '하이테크'로 새로 태어나게 해주마.
산 산에는 산 것보다 죽은 것이 많다는 걸 땀 흘리고 다리 절며 하루 종일 산을 헤매다 알았다 무엇이 썩어 나를 지탱하는가. 무엇이 내 숨을 상쾌히 하는가. 이름 모를 죽은 것들의 젯밥을 먹으며 그렇게 산을 헤매 정상에 섰다. 사람도 죽으면 산으로 가는 걸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고향은 산이로구나. 아마도 산이 높아지는 건 나무가 자라서가 아니라 죽음이 쌓여서 인가보다
학교 뒤 언덕 나는 해가 저물어 가는 학교 뒤 언덕에 있습니다. 내 고향 군산의 바람은 어찌 보면 약아빠진 여우같으나 심심치 않은 장난 같기에 난 바람을 사랑합니다. 비록 아직 자갈만이 잔디 같은 그 깎여진 언덕의 한 가운데 오랜만의 혼자임을 엉뚱한 미소로 즐기며 저기 도서관이 올라가는 서편의 언덕을 바라보다 어린 시절 헤매던 어느 산을 떠올립니다. 달빛의 고마움을 생전 처음 느끼며 한 치도 보이지 않는 어느 산등성이, 기울어진 지형의 혹독함에 앞서간 어느 친구의 불빛은 외로움을 끌어다 떨리는 불빛 앞에 놓았습니다. 공포보다 끈질기던 그 외로움을 지나는 이 하나 없는 학교 뒤 어느 언덕의 오후에 사람 구경 나온 시골 할머니 마냥 한가로이 그렇게 즐기고 있습니다. 건조이 산을 넘은 바닷바람은 이제 그 고향..
받은 편지함은 비어 있다. 오늘도 무심코 편지를 확인하다 너절한 내용의 광고가 추잡한 내용의 광고가 편지 함 가득히 쌓여 있음을 그 중 몇 통 날 사랑할까 하는 누군가의 바람직한 몇 줄이 느낌표 마냥 나를 바라보는데 새 메일은 없다 어디 선가의 반가운 연락을 기다리는 마음은 아니건만 어디 시비라도 걸어줄 갈퀴 같은 글 한 줄 없음은 겉은 가시덩굴 같아도 안은 허연 순두부 같은 어찌 보면 텅 빈 깡통 심장에 못을 쳐 박는 잔혹이니 보내지 않고 받길 바라는 사랑도 아니건만 내 편지 함 가득 쌓인 불태워도 시원찮을 쓰레기 더미도 안 받으면 그리워질 텅 빈 깡통의 편지 함. ‘받은 편지가 없습니다.' 그 밑엔 언젠가 받아놓은 지나간 어느 사랑의 숨 막히는 고백들 그 고백에 부끄럽게도 편지함은 비어있다.
어느 겨울, 저녁 세찬 바람 안으며 거리를 걸었네. 아이 옷깃 여며주는 젊은 주부를 지나쳐 허연 김 날리며 행인을 유혹하는 어묵 옆을 지나 곧게 뻗은 하얀 길 코트 자락 날리며 바람을 안고 걸었네. 쌓아 놓은 눈 속에 어느 밤의 추억을 숨겨 놓았는지 몰라도 가로등 빛에 몰래 반짝이는 눈길을 소리 없이 밟으며 마셨네. 얼굴이 퍼렇게 얼어 봄 기다리다 얼어 죽은 제비처럼 굳어도 발전체를 감싸는 포근함을 뽀드득 뽀드득 감칠맛 나는 소리와 곁들여 밤새도록 마셨네. 혼자 마신 눈길에 흠뻑 취해 추억 찾아 걸었던 거리는 잊어버리고 꽁꽁 언 발을 난로에 녹이며 웃었네. 흥에 취해 웃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