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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인가...

어느 겨울, 저녁

달부장 2005. 2. 1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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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저녁

세찬 바람 안으며
거리를 걸었네.
아이 옷깃 여며주는
젊은 주부를 지나쳐
허연 김 날리며
행인을 유혹하는 어묵 옆을 지나
곧게 뻗은 하얀 길
코트 자락 날리며
바람을 안고 걸었네.

쌓아 놓은 눈 속에
어느 밤의 추억을
숨겨 놓았는지 몰라도

가로등 빛에
몰래 반짝이는 눈길을
소리 없이 밟으며 마셨네.

얼굴이 퍼렇게 얼어
봄 기다리다 얼어 죽은 제비처럼 굳어도
발전체를 감싸는 포근함을
뽀드득 뽀드득 감칠맛 나는 소리와 곁들여
밤새도록 마셨네.

혼자 마신 눈길에 흠뻑 취해
추억 찾아 걸었던 거리는 잊어버리고
꽁꽁 언 발을 난로에 녹이며
웃었네.
흥에 취해 웃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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