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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인가...

받은 편지함은 비어 있다.

달부장 2005. 2. 1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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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편지함은 비어 있다.

오늘도 무심코
편지를 확인하다
너절한 내용의 광고가
추잡한 내용의 광고가
편지 함 가득히 쌓여 있음을

그 중 몇 통
날 사랑할까 하는 누군가의
바람직한 몇 줄이
느낌표 마냥 나를 바라보는데

새 메일은 없다

어디 선가의 반가운 연락을 기다리는 마음은 아니건만
어디 시비라도 걸어줄 갈퀴 같은 글 한 줄 없음은
겉은 가시덩굴 같아도 안은 허연 순두부 같은
어찌 보면 텅 빈 깡통 심장에 못을 쳐 박는 잔혹이니

보내지 않고 받길 바라는 사랑도 아니건만
내 편지 함 가득 쌓인 불태워도 시원찮을 쓰레기 더미도
안 받으면 그리워질 텅 빈 깡통의 편지 함.

‘받은 편지가 없습니다.'
그 밑엔 언젠가 받아놓은
지나간 어느 사랑의 숨 막히는 고백들
그 고백에 부끄럽게도 편지함은 비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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