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클럽

왜 그는 어린병사를 쏘는가 본문

단편습작

왜 그는 어린병사를 쏘는가

달부장 2005. 9. 23. 03:44
반응형



왜 그는 소년병을 쏘는가?

그 날 아침은 다른 날과 달랐다. 매일 아침 시끄럽게 울어대서 그의 선잠을 깨우던 새들도 울지 않았으며, 바람도 불지 않았다. 아마도 일체의 소음이 사라진 아침의 태양이 그를 바꾸어 놨을 것이다. 아니면 나무 위에 둥지에서 마스크를 쓴 채 지속된 매일의 살인이 그를 서서히 미치게 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그 날은 그렇게 시작했다. 눈을 뜨자마자 그는 버릇처럼 자신의 라이플에 탄을 장전했고, 또 버릇처럼 스코프를 통해 누군가를 겨누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미쳐있었고, 사고 곡선이 기묘하고 예측 불가능한 선을 그리고 있었으며 위험한 장난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막 소년티를 벗은 병사 하나가 막사에서 걸어 나와, 나무 위의 저격수가 그를 겨누고 있을 거라는 것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듯한 슬픈 얼굴로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는 순간 이 미친 저격수는 저 어린 병사의 신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 생각했다. 그는 방아쇠를 당기면 그 병사의 머리를 박살낼 수 있었고 신은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만약 방아쇠를 당겼을 때 신이 저 병사를 구할 수 있는 확률은 어느 정도일지 생각했다. 불발탄이 된다던가 갑자기 바람이 불어 탄도가 바뀔 확률은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 그리고 자신이 저 병사를 죽인다면 그 순간 자신이 병사의 신보다 위대한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려 놓았다. 그리고는 너의 신은 지금 네가 아닌 나를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고 중얼거리며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그 순간 새들이 울기 시작했으며 바람이 불어왔고 미친 저격수는 정신을 차렸다.

반응형

'단편습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벽장 안의 검객  (0) 2012.08.03
N에게 고함  (0) 2006.05.31
악마 같은 친구  (0) 2005.08.02
야수의 눈으로 돌아오다.(Vampiric Touch)  (0) 2005.04.25
Ghost (퇴고전)  (0) 2005.04.2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