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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념과 공상

만년필 구입 - Pilot Custom Heritage 92 TB Demon

달부장 2012. 4. 1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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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메모를 하는 일이 많아졌다. 원래도 소설 쓴다고 펜을 잡는 일이 많긴 했지만, 막 갈겨쓰는 일과 나중에 정리해서 처리해야 할 일들은 적는 것에는 확실히 차이가 있어서 메모에 정성을 들이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펜에 관심이 더 많아졌다. 원래부터 펜에 관심이 많았다곤 하지만 중성펜이나 마하펜 같은 볼 포인트 펜 정도에 머물러 있었는데, 최근에 직장 동료 분으로부터 한국 마이크로의 만년필을 하나 얻게 되면서 관심이 만년필 쪽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좀 오래되고 두껍게 나오는 만년필이었는데 별로 힘들이지 않고도 쓱쓱 나가는 게 꽤 마음에 들었다. 다만 좀 걸리는 게 세필을 좋아하는데 이 만년필이 너무 두껍게 나온다는 점이라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Pilot 의 에르고 그립이라는 저렴한 습자용 세필 만년필이 있었다. 게다가 판매점도 회사에서 멀지 않아서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만년필, 잉크, 컨버터 같은 것들을 사왔는데 두꺼운 글씨만 나오는 줄 알았던 만년필에서 세필, 그것도 Hi-Tec-C 정도의 세필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그 매력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안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데몬스트레이션 만년필에도 욕심이 생겨서 시간 날 때마다 온라인 샵의 리스트를 살펴보게 되고 말았다.

고풍스러운 만년필의 이미지를 깨는 투명하게 안이 들여다보여서 잉크 잔량을 보여주는 이 데몬 만년필이 하나 가지고 싶어서, 너무 세필도 아니고 (에르고 그립의 세필이 좋긴 하지만 약간 종이를 긁는 느낌이 있다.) 데몬스트레이션 형태를 한 적당한 만년필을 찾다가 Pelikan M205 BLUE Demonstration 이라는 만년필에 눈독을 들이게 됐다. 컨버터나 카트리지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만년필 몸체에 잉크를 주입하는 형태의 이 만년필이 마음에 들어서 며칠 간 검색했으나 지금 국내에서 판매되는 것은 노란색의 형광잉크 전용 Pelikan M205 DUO 라는 제품 뿐. 거기다 EF 나 F 닙이 아닌 BB 닙이라, 닙을 따로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쉽게 구입을 결정하지 못했다.

이렇게 며칠 고민하다 최근에 찾은 게 바로 Pilot 의 Custom Heritage 92였다. 백금 닙에 해외배송으론 가격차이도 별로 없고, 거기다 2012년 신제품으로 완전 투명이 아닌 색상을 가진 투명 제품이 나와 있는 터였다. 완전 투명이 선명해서 좋긴 하겠지만 나중에 흠집이 생기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아 고른 게 투명 블랙, 처음 해보는 해외 구매라 월요일 저녁까지 고민하다 주문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빠른 목요일 날 도착했다.

반투명의 검은 몸체에 처음 잉크를 넣고 글씨를 써보니,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글씨의 두께도 적당하고 필감이 부드러운 게 확실히 돈 값을 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필감이라는 게 만년필에 돈을 쓰는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별 큰 의미가 없는 것이겠지만 원래 이런 물건을 사는 데는 자기 만족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일 테니 그렇게 본다면 대 만족이다. 주변에 글씨를 많이 쓰는 친구가 있다면 적극 추천해 주고 싶을 정도지만 그럴 친구가 없으니 아무래도 한 동안은 혼자 몰래 즐겨야겠지만, 만년필이란게 은근히 글 쓰는 재미가 있는 물건이라는 이야기로 슬며시 만년필 족을 좀 늘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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