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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념과 공상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달부장 2007. 11. 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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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한RSS 나 Bloglines 에 접속해 Feed를 등록한 블로그의 새 글만 추려 읽는 일이 많아 졌지만, 예전에는 Firefox의 툴 바에 자주가는 블로그들을 북마크 해 놓고 일일이 새 탭으로 열어 들여다 보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북마크한 블로그의 다양한 Favicon 들로 치장된 리스트는 내게 그 Favicon 만큼이나 다양한 개성의 글들을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열쇠 같은 것이었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블로그 툴에 대한 정보나 관심있는 분야에 대한 새로운 변화를 소개하고 근래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영화나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거나 남자들의 은근한 욕망을 속 시원히 끄집어내 대리 만족을 주는 글까지 내가 가진 열쇠로 열어볼 수 있어 즐거웠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리스트의 몇 가지 항목들이 기다리던 블로그의 메인 페이지 대신 다른 페이지를 보여주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늘어나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 빈 페이지나 도메인 만료로 포워딩 포워딩 된 페이지를 보여주거나 페이지를 찾을 수 없으니 네트워크를 확인하거나 재시도 해 보라는 페이지들을 보여주었다.

그런 블로그의 몇 곳은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았기 때문에 그렇게 접속할 수 없는 블로그를 발견할 때마다 먼저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는 좀 자주 들러서 좋은 글 고맙다는 인사라도 남길 것을 그랬구나 하는 후회와 함께 이제 익숙해진 그 페이지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서운해 한다. 실제로 만나 이야기 해 본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이의 발자취를 아쉬워하는 마음은 이젠 습관처럼 움직이는 마우스 커서 덕분에 쉽게 잊혀지지 않고 가끔 되살아나곤 한다. 북마크를 지워버리면 될 일이지만 그것이 또 쉽지 않은 것은 언젠가 그 블로그의 주인이 다시 돌아와 예전같이 글을 써주길 내심 기대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미처하지 못한 감사의 말을 전할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의 주소가 아니어서 북마크를 지우지 않은 일이 엉뚱한 짓이 되더라도 좋으니 사라진 그 블로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그 블로거들이 블로그를 중단하게 됐던 고민과 이유들이 희석되고 해결되어 그들이 다시 새 글을 올려 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제 기다림을 즐기고 있는 이 이기적인 독자의 소망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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