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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즈

달부장 2004. 8. 2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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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모 가츠히로가 손을 대면 이렇게 된다.

메모리즈는 옴니버스 형식의 애니메이션으로 3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1편이 마그네틱 로즈, 2편이 Stink bomb, 3편이 캐논 포더이다.(1편의 제목이 그녀의 기억으로,2편이 최취병기,3편이 대포의 거리 아니냐고 물어보시면 할말 없다) 이 애니메이션이 주목 받는 이유는 여러가지 있지만 그 중 꼽을수 있는 것이 실험정신이다. 대부분의 실험적인 단편 애니메이션이 그 신선함에 비해 관객에게 주는 재미는 그에 비례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 메모리즈라는 애니메이션은 실험적 작품들에서 놓치기 쉬운 재미라는 부분도 충족시켜주고 있다.

1995년 제작된 오토모 가츠히로 참가작품으로SF적인 상상력과 그로테스크함이 작품 전체에 흐른다. 이는 과거 아키라로 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이버 펑크의 분위기와 오토모 작품에서 흐르는 블랙 코미디 적 요소의 결합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제 1화 마그네틱 로즈 같은 경우 영화 ''에일리언''시리즈와 비슷한 설정으로 시작된다.

마그네틱 로즈

컴퓨터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의 결합이 지금은 그다지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메모리즈가 나왔을 당시만 해도 이러한 결합이 매우 신선했다. 특히 1편인 마그네틱 로즈에서 적절히 사용된 컴퓨터 그래픽은 그 작품의 질을 높여 주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여기서 잠깐 이야기가 옆길로 새는데 이 에일리언이란 작품이 단순한 SF물로 치부할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그 주인공들에 대한 설정이다. 대개의 SF작품들이 주인공을 과학자나 영웅등의 화이트 칼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과 다르게 당시의 에이리언은 블루 칼라 그것도 돈에 찌든 우주 노동자들의 이야기 였다.거기다에일리언의 주인공은 바로 여자였다.노동자와 여성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당한 두 계층이 거대한 괴물과 투쟁하는 모습을 그린것이다.자본주의라는 거대한 괴물을 에일리언이라는 우주괴물에 대입해보면 이것은 단순한 우주 공포물이 아닌 사회에 대한 노동자와 여성의 봉기이자 승리에 대한 이야기이다.그 주인공인 시고니 위버의 모습을 생각해보자 그녀의 모습은 초반 동료의 지저분한 농담과오랜 우주여행에 지친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이 여성이 중반이후 변화 한다. 그녀는 여성이중세와 근대 그리고 현대를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상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반의 모습은 중반이후 사라진다.공포에 떨고 있지만 살아남겠다는모습은 그녀의 강한 턱선이 여성의 것이라기 보다는 남성적이라는 사실에서 여성 전사로 묘사 되고 있다.어쩌면 이것도 남성위주의사회가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르지만 살아남기 위해 중성화된 여성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여기서 모성애라는 여성 특유의 감성이 그녀의 이러한 잃어가는 여성의 모습에 조금이나마 활기를 불어 넣어 주고 있지만 말이다. 또한 그들의 수송선이 이상한 우주선을 탐사하게 된다든지 하는 설정은 마그네틱 로즈와 일맥 상통한다.단지 그들이 탐사해서 발견한 것이 에이리언에서는 공포의 우주 생명체 였다면 마그네틱 로즈에서는 SF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영혼 또는 집념 같은 개념이었다는 점에서 다를 뿐이다.에일리언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길어 졌는데 메모리즈에서 눈여겨 봐야 할 점이 바로 적절한 컴퓨터 그래픽의 사용이다. 컴퓨터 그래픽이 애니메이션에서 튀지 않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 그게 바로 볼점이다. 사실 실사 영화에서의 컴퓨터 그래픽은 사실과 같으면 되지만 애니메이션에서 컴퓨터 그래픽에서는 실사 같아서도 그렇다고 너무 디지탈 적이어도 안된다. 셀과 결합할 적절한 선이라는게 존재 하는데 메모리즈에서는 그것을 해내고 있다.

제목 그대로...

한 여인의 원념이 만들어낸 허상. 마그네틱 로즈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울리지 않는 두가지의 소재가 어울려 만들어낸 독특함은 마그네틱 로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점이다. 옆의 그림은 작품의 마지막에 나오는 장면으로 우주에 만들어진 거대한 장미꽃이다.

제 2화 최취병기 같은 경우는 근미래를 배경으로한 한마디로 블랙 코미디로 말로는 설명할수 없는 독특한 구성과 상상력이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다.또한 세기말적인 허무주의와 문명비판적인 의식도 풍기고 있어서 그냥 웃어넘기기에는 어딘가 서늘한 느낌이 들게하는 그런 작품이다. ( 2편인 최취병기가 오토모의 블랙 코미디적 성행을 보여주고 있다)

최취 병기 (Stink Bomb)

최취병기인데 전에 칼럼 쓸 때는 체취병기라고 썼었다. 이런 무식한 일이 ... 그 뒤에도 오토모 가츠히로의 이야기를 하며 계속 체취라고 쓴 것 같은데 정말 할 말이 없다.

두 번째 에피소드 최취병기의 타이틀이다. 실수를 인정할 겸 올려 봤다.

비밀스럽게 새로운 무기를 만들던 제약 회사에 다니던 한 연구원이 감기약과 신형무기를 착각해서 먹어 버린 뒤에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 2편은 주인공이 가는 곳마다 모든 사람이 잠든 듯 죽어 있고 사방에 꽃이 피어 있다는 설정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인공은 사람을 만나러 가지만 그가 가는 곳마다 사람이 죽어있으니 누구도 만날 수 없고 사건을 알아차린 권력층에서는 군대까지 동원해서 이 남자를 처치하려고 하지만 이 생명력 질긴 남자는 모든 역경을 이기고 살아남는다. ( 자기 자신만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남자는 작은 실수 때문에 엄청난 사건을 저지르고 만다. 약품 오남용에 대한 경고 인가?)

마지막엔 역시나 씁쓸한 웃음

최고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선 우주복을 입은 사내 . 모두의 생각을 깨고 우주복을 벗는 사람은 다름아닌 이 모든 사건의 주인공이다. 누런 연기가 걷히며 드러나는 주인공의 얼굴을 바라보며 놀라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웃지 않을 수 없다.

제 3화 캐논포더 는 전체주의 국가를 상징하는 듯한 내용으로 일관한다. 전체 주민들이 어디론가로 대포를 쏘기 위해 생활하는 국가. 모든 집집마다 솟아있는 대포가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고 그것을 위해 희생되는 모습들이 나온다. 특별한 주제나 결론이 없이도 관객들에게 주제를 전달하고 있는 작품인데 단편인 만큼 실험적인 시도가 되었던 작품이다.그 실험 적인 시도라는 것은 다름 아닌 작품 내내 한번의 컷 분할도 없었다는 것인데 이것은 한번의 장면전환없이 스토리를 구성해나가는 것이다. 사실 처음 이 작품을 볼때는 그러한 장면 변환에 신경쓰지 못했는데 약간은 지루해 보인다 했던 그러한 장면 변환들이 컷분할이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많이 놀랐다. -컷분할이 없어서인지 이 작품의 카메라 워크는 상당히 자유롭고 시점의 변환도 자유로웠다고 기억하고 있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작품으로 오토모의 역작으로 뽑힐만한 작품이다. (볼 기회가 있으시다면 이 작품의 콘티를 보시길 바란다.애니메이션을 공부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콘티 하나로 얻을게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어쨌든 오토모는 만화 아키라에선능동적인 컷과 시점변화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더니 메모리즈에서도 그러한 일을 해내고 말았다.-오토모 가츠히로를 잘알지도 못하면서 이런말 하는건 웃기지만 정말"그림쟁이" 같다)

3편 캐논포더의 한 장면

앞의 두작품과는 달리 3편의 캐논포더는 그 스타일에서부터 많은 차이를 보인다. 작품 전체에서 보이는 독특한 색감과 어딘가 모르게 잔뜩 피로해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얼굴들은 지금 까지의 일본 애니메이션 보다는 유럽쪽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도 받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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