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클럽

에어리어 88 본문

리뷰

에어리어 88

달부장 2004. 8. 25. 10:18
반응형

과거 국내 모 방송사에서 "지옥의 외인부대"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기억으론 설날이나 추석같은 명절 특선 만화 이런식으로 해서 공휴일 아동 애니메이션으로 방송된것 같은데 시간대가 오후 4시즈음이었던가 아동이 보기에는 부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이 애니메이션이 공중파를 타고 말았다. 신 카자마와 쟈키 칸자키 두 남자의 이야기가 주축인 이 애니메이션은 그 당시 청소년이었던 나에게 잊을수 없는 감흥을 주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것은 주축을 이루던 거대 로봇물이 아닌 색다른 에어로물이어서 일수도 있고 사실적이고 화려하게 연출된 비행 전투씬 때문일수도 있다.

작품의 하이라이트 협곡씬

작품의 퀄리티는 상당해서 아직도 그 몇몇 장면이 머리속을 메우고 있는데 이 때문인지 대학교 2학년때 우리 동아리에서 하던 작품 전시회에서 3차원 그래픽툴을 사용해 협곡에서의 전투 씬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스타워즈에서 죽음의 별을 폭파는 장면을 생각나게 하는 협곡은 그림에서 처럼 전투기가 통과 할 수 있는 사각의 공간이 확보되어 있었다. ( 上 : 작전 브리핑에서의 협곡 단면 下 : 협곡을 통과하는 모습 ) 그 외에도 이륙씬이나 추적씬 같은 것들도 만들었었는데 그 노가다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 특히 협곡씬 같은 경우는 일일이 점검하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렸었다.엉성한 수준의 모델링 작업 이었지만 그 기다란 협곡을 만들기 위해 꽤나 여러가지 시도를 했던것으로 기억된다.)

Area 88

Area 88 은 모든 사건의 중심이 되는 장소인 전투기 외인부대를 뜻한다. 활주로에 적혀 있는 A 88 은 주인공인 신 에게는 지옥의 문양 과도 같지만 전쟁터에 길들여져 화약냄새가 배어 버린 신에게 돌아갈 곳 이라곤 전우들이 기다리고 있는 Area 88 밖에는 없었다.

여기서 한가지 난 우리나라 방송사의 편집술에 경의를 표한다.
방송에 부적절한 내용을 걸러내고 쓸데없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과감하게 생략하여 3편짜리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장편 하나로 만들어 줄인 능력은 거의 신기에 가깝다고 밖에 말할수 없다.물론 더 대단한 것도 있다. 건담 0083의 경우는 그 애매한 애니메이션을 극장판 수준의 크기로 줄여서 방송한것이며 또 허리케인 죠로 더 유명한 내일의 죠나 달로스도 그 멋진 편집술로 한국에서 방송될수 있었다.물론 이게 나쁘다는건 아니다 적어도 그 덕분에 우리는 멋진 애니메이션을 집에서 볼수 있었으니까( 이글을 쓰는데 뒤에서 보고 있던 후배가 극장판을 편집 조금해서 보여준거라고 말한다...원래 그렇게 잘라낸 액기스의 극장판이 존재하는지 제대로 확인은 못해봤다.)

주인공이 타는 두 대의 전투기

작품에서주인공이 타는 비행기는 세 대다. F-8E CRUSADER (上) 과 F-20 TIGER SHARK (下) 는 작품 초반과 후반에 나오는 전투기들로 이 사이에 F-5E TIGER를 타기도 한다. F-8E CRUSADER의 경우는 작품 초반 날개를 접고 적의 장애물을 빠져 나가는 장면을 연출한다. 전투기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이라면 작품을 보면서 전투기 기종을 맞춰 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다. 재미있는 점은 유니콘 문양이 수직 꼬리 날개에 그려져 있다는 점인데 Area 88이 외인부대라는 특색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부대 내 전투기들은 모두 각자의 도장을 하고 있다. 파일럿 각자의 개성대로 도장 되어진 전투기들은 그 주인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동이 보기에 부적절하다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친구의 배신에 의해 외인부대에 들어간 신이라는 사나이의 내적 갈등, 반란군의 대장인 아버지와 싸우는 샤키,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전장으로 돌아오고야 마는 재벌 2세 미키, 자신의 출세와 복수에 눈이 먼 남자 쟈키 이러한 인간 군상에 대한 이해를 7-13세의 아이들이 이해할수 있을까 중3 - 고3이라면 생각해볼 일이지만 (지금 이야기 하는것은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말하는 것이다.요즘의 아이들은 성숙해서 아마 이정도는 이해하지 않을까 싶지만...물론 개인적 생각이다.)

이 남자가 주인공 신 카자마

여객기 조종사로서의 훈련을 마치고 사랑하는 애인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날밤 신은 자신과 같이 훈련을 받은 친구 쟈키와 함께 어느 술집에서 엉망으로 취해 버리고 만다. 그가 술에 취해 잠들었던눈을 떴을 때는 검은 양복의 사나이들이자신의 사인이 들어간 외인부대지원서를 들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게다가 상당히 폭력성이 깊었다. 단순한 폭력성이라면 모르겠지만 이것은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 대한 폭력과 살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아예 로봇물(로봇물에서도 적을 죽이는 경우는 별로 없다.그 기적의 탈출 장치들은 적들을 끝내 탈출 시키는데 그런 탈출장치가 민항기나 여객선에 장치 된다면 희생자가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들 정도다) 이라면 상관 없지만 비행기에서 탈출하는 비행사를 쏴서 떨어뜨리는 장면에는 문제가 있지 않나 싶었다.(정말 비인간적이지 않은가.0083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인류에 대해 반기를 들고 인류의 고향인 지구에 콜로니를 떨어뜨리는 모습을 보고 어린아이들은 어떤생각을 가질지...제발 그들이 아무생각 없이 '멋있다'...그 정도의 생각만 가지길 바랄뿐이다.)

-여기서 내가 이런 글을 쓰는데는 당시의 청소년이었던 내가 생각하기에도 조금 문제가 있지 않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잡설이 상당히 길었는데 어쨌든 AREA 88은 출판 만화와는 다른 색다른 감흥을 주는 수작이다.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정말 재미있다" .개인적인 생각 같아서 주변의 애니메이션을 좀 본다 싶은 사람들에게 물어도 재미있단다.물어본 사람이 전부 남자이긴 하지만...사실 남자치고 전투기 조종사를 동경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AREA 88 은 분명 남성취향이고 그런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서 인지는 모르지만 약간의 순정적 로맨스도 곁들였다. 비록 만화에서와 달리 애니메이션에서는 여자를 버리고 전장으로 돌아가지만....

친구와 악연으로 얽힌 남자 칸쟈키

고아원에서 부터 친구였던 신을 배신하고 외인부대에 보내 버린 남자 쟈키. 애니메이션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그는 신과는 엄청난 악연으로 얽힌 사이다. 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하나씩 빼앗아 가는 그는 모든 악역 들이 그렇듯 결국엔 자신의 야망이 만든 거미줄에 엉켜 몰락하고 만다.

출판 만화는 20여권이 넘는 대작으로 그림체는 순정만화에 가깝지만 당시의 전투기에대한 정확한 묘사나 스토리 그리고 공중 전투장면에 대한 묘사는 최고였다.(일화로 당시 극비로 붙여져 일반 공개가 되지 않았던 B-1 폭격기의 모양을 그대로 만화에 그려서 당시 세인들을 놀라게 했다는 말이 있고 그 외에도 당시로서는 최신예이던 여러 전투기에대해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이 작가 군사 전문가의 조언이라도 받았나보다.하긴 일본에서는 자료 수집을 위해 외국에 나가는 일이 아주 많다고 하니까.)
어쨌는 만화는 애니로 끝나는 부분 이후에 조금은 황당한 내용으로 밀고 나가지만 -국가 예산보다 많은 돈을 손에 넣은 신이 일본으로 돌아와 큰 손이 된다든지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항공모함을 구입한다던지 하는걸 보면-그 마지막은 읽는 이들의 뒤통수를 멋지게 날린다.그 많은 전우를 죽게 했던 전쟁의 이면에는 자신의 아내를 너무나도 사랑해서 반역을 저지른 샤키의 아버지의 사랑이 있었고.쟈키와의 마지막 결투후에 살아남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려 외인부대에서의 생활을 잊은 신 카자마 또 하늘을 날며 죽음과 살육을 지고 사는 그외의 많은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는 ...씁쓸한 미소를 입가에 남게한다.

그러한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이어 받아서 인지 에어리어 88 의 분위기 또한 시종 무거운 분위기이다.(그래서 더 멋진 남자들의 분위기를 이끌어 내지만) 각 편이 제작되는 동안 시간적 갭이 있어서인지 1편과 마지막의 그림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서 초반은 만화의 그림체를 그대로 이어 받았다 싶은 반면에 후반부로 가서는 좀더 세련된 그림체로 바뀐다.-파일럿들의 비행슈트가 다리를 길어보이게 하는 것을 보면 신기할 정도다.게다가 신이 입은 그 노란색의 슈트는 마치 철권시리즈에 나오는 트레이닝복 입은 Law가 생각나게 한다.-또 한가지 오래된 애니의 오프닝도 같이 즐겨보면 좋을듯 싶다.

에리아 88

멀리서 쿵하고 화면 앞으로 등장하는 오프닝 타이틀은 시간의 흐름 때문인지 작품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참고 : 원작은 " 프로젝트 88 " 이다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애니이기 때문에 여기저기 칭찬을 많이 적어 놨지만 오래된 애니이고 매니아 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정말 이 애니를 사랑하던 나의 오타쿠 친구들은 이 애니에 나오는 전투기들을 사모으기도 했다.거기다 수십번 이 테이프를 돌려보며 기체 도장까지도 애니의 그것을 흉내내려고 했었으니...필자 역시 팬텀과 A-10 을 샀던 기억이...다행이 A-10과 팬텀의 기체도장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다크 그린과 올리브 정도 였던것으로(A-10)기억되는데 아마도 오타쿠의 나라 일본에는 이 애니에 사용된 기체도장을 넣어주는 메이커나 디오라마 존재할것이다.(오타쿠 화이팅!). 감독은 토미우리 히사유키로 오시이 마모루에게 영향을 주었고 그 유명한 갓챠맨의(타츠노코의 그 유명한 과학 닌자대 갓챠맨 은 바로 우리나라의 독수리 오형제다. )틀을 만든 사람이다.그 덕분일까 갓챠맨 2 의 연출을 오시이 마모루가 맡았었다.

반응형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루팡 3 세  (2) 2004.08.25
스프리건  (0) 2004.08.25
메모리즈  (0) 2004.08.24
붉은 돼지  (0) 2004.08.24
블랙잭  (0) 2004.08.22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