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클럽

베인 입술 본문

시 인가...

베인 입술

달부장 2005. 2. 18. 02:37
반응형

베인 입술


젊어서 피가 마르지 않았는지
아침나절 베인 입술이
아직도 피를 뿜는다.

때 낀 거울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확연해지는 얼굴을
괜스레 서먹해 하다가
나로구나

문득 머릿속의 내가
거울속의 나와 다름을 느낄 때
고통처럼 명확히
나를 규정짓는 한 방울의 피

아직 마르지 않았구나.
포도주 한 잔 만큼은 아니어도
간장 한 종지만큼은 남았구나.

그런 안도
나를 되찾은, 재확인한
나로 인한 안도

욕실 바닥 떨어진
핏방울만큼이나
뚜렷하고 깨끗하다.

----------------------------------------------------------------------

입술을 베어 본 적이 있다.일회용면도기의이중 면도날로 ....

살짝 한쪽 끝이 매달려 있는 살점을 제자리에 돌려 놓고 나서 느낀 건

살짝 베였을 뿐인데도 피가 놀라울 정도로 많이 난다는 것이었다.

윗 입술에서 흘러내린 피가목까지 흘려 내려 바닥에 떨어졌으니

물론 물기 때문에 더 많이 난것 처럼 보였을지는 모르지만

턱 아래로 붉에 물든 내 얼굴은 통증보다 끔찍했다.

반응형

'시 인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진화 코드의 기억  (0) 2005.02.18
스물 셋  (0) 2005.02.18
나는 모른다.  (0) 2005.02.18
첨탑 위의 새  (0) 2005.02.18
상실  (0) 2005.02.14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