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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인가...

나는 모른다.

달부장 2005. 2. 1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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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난 무지한 대중이어서
사라져가는 녹색을 그리워하는지 모른다.
어쩌면 난 현실감 없는 로맨티스트여서
발 및 소리 내는 낙엽의 소리를 사랑하는지 모른다.
어쩌면 난 시대에 뒤떨어진 낙오자여서
사랑하는 이에게 보내는 그 긴 장문의 편지가
짧은 몇 줄의 전자메일보다 그리운지 모른다.
빛과 같은 문화는 개선될 여지도 없이 지나쳐
문득 타락한 문화를 난 그리워하는지 모른다.

주머니 속
두통을 잠재울 멋진 약 한 알을
물도 없이 꿀꺽 집어삼키고 나면
머릿속을 마비시키는 몽롱한 기운
이런 뭉툭한 감각 속에 난 그 모든 것을 잃었는지 모른다.

깨져버린 안경을 반 년간 새로 맞추지 않는 것은
보고 싶은 누군가가
보고 싶은 어딘가가
보고 싶은 무언가가
사라져 버려서 인지도 모른다.

모른다. 나는 모른다.
내가 왜 이렇게 변해 버렸는지
나의 꿈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나는 모른다.

자신의 감정을 나는 모른다.
정확히 설명한 나의 감정을 잊었는지 모른다.
나는 모른다.

밤새 나를 지배하던 상상들이 어떻게
나를 이렇게 망가뜨렸는지도 모른다.
꿈은 얄팍하게도
나를 규정하지 못하고 정의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청춘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래도 나는 모른다.
언제 알게 될지도 나는 모른다.
나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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