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더

내가스피드에목을맨것은언제부터였을까.언제부턴가나는그속도감이란것에사로잡히고말았다.아마도컴퓨터를접한이후라고생각하고있는데지금생각해보면그러한욕망은컴퓨터를배우고나서부터강렬해지고분명해졌다.조금더빠른CPU,더빨리돌아가는하드디스크,더빠른네트워크속도......빠르지않으면뒤쳐지니까...빨라야했다.그것뿐이었다.그렇게빠른물건들로내가무슨생산적인일을하는것도아니었으나난누구보다빨라야했다.그런이유에서일까내가즐기던컴퓨터게임이란게전부레이싱게임들이었다.두뇌와신경의빠른반응을유도하는게임들볼륨을키우고흘러나오는메탈음악에푹빠져들어폴리곤과폴리곤으로구성된그가상의자동차사이를미끄러지듯빠져나갈때에느끼는쾌감이란뭐랄까.발끝이저리며숨이가빠지는...그러나정신은더욱맑아지는그런느낌이었다.조금더빨리코너링하기위해0.1초라도기록을갱신하기위해,드리프트턴을익히고안쪽차선을선점해달리는것은그폴리곤으로구성된가상의상대를마치인간처럼느끼고최선을다하는것과같았다.그런일,그러니까인간이아닌가상의상대와가지는대결에서나는점점흥미를잃어갔다.뭐랄까가상의컴퓨터가조종하는자동차에게는컴퓨터의냄새가풍기는드라이빙방식이랄까.뭐그런일련의패턴같은것이나의눈에보이기시작한것이다.뭐좀더빠르고나를자극할무엇인가가없을까...나는다른물건을찾기시작했다.그래서찾아낸것이오토바이.헬멧을쓰지않고달리면내귓가에스치는공기의흐름을느낄수있었다.방안에서키보드를두드리며느끼던속도감과는차원이다른속도감..바람에휘날리는앞머리와너무강렬해안경을쓰지않으면눈물이나올정도의속도감은나를또사로잡았다.컴퓨터게임처럼대결상대는사방에있었다.도로에만나서면여기저기나처럼스피드에매료당한인간들을쉽게찾을수있었다.그들과대결하는것은컴퓨터게임에서Start버튼을누르는것마냥쉬웠다.단지다가가서가운데손가락을세우며달려나간다던가…….“어이!애들장난감을가지고도로에나오면안되지”라고한마디던지기만하면십중팔구는내꽁무니를따라왔다.물론그정도도발에따라오지않는사람도있다.그들은뭐랄까하찮은스피드같은것에목숨을걸지는않는다는표정으로나를바라보며무시해버렸다.뭐나같은사람이있으면다른사람도있을테니까.그렇게3년을오토바이와함께달렸다.그리고내가오토바이가주는스피드감에도점차흥미를잃어갈즈음신호등앞에정지신호를받고서있는나에게그(그녀)가다가와섰다.검은색가죽점퍼에검은헬멧을써서얼굴이보이지않는그(혹그녀)는내옆에바짝붙어내오토바이를한번쳐다보고는내얼굴에가운데손가락을치켜올렸다.나랑같은인간이군...더긴말이필요없었다.두사람다빨간신호가파란색으로바뀌기를기다렸다.그리고출발했다.마치우리주위에늘어서있는승용차들을조롱하듯그사이사이를빠져나가달리기시작했다.지금껏한번도누군가에게뒤쳐져본적이없는내가그날은질것만같았다.내가달리면달릴수록점점흥분해이성을잃어가는것에비해나를앞질러달려가는검은가죽점퍼의레이서는점점더나를조롱하듯부드럽게달려나갔다.내가아스팔트위에스키드마크를그리며회전할때도그는부드럽게그듣기싫은마찰음따위는내지않고달려나갔다.마치귀신같다는생각이들정도로...지금생각이지만혹그는귀신일지도몰랐다.내가지금껏속도의노예가되어달리는것을비웃기위해나타난악마일지도몰랐다.한30분을그렇게달리고있을때나는앞서가던그오토바이가신호를무시하고교차로를지나가는것을쫓아가려다승용차의옆구리에정면으로부딪쳤다.부딪친순간...아끝났군하는생각이머릿속을스쳤다.그사고로나는하반신불구가되고말았다.하지만휠체어신세가되어서도다른환자보다빨리휠체어를밀정도로나는미련을버리지못하고있었다.그리고다시레이싱게임을시작했다.휠체어에앉아서손만으로할수있는것이라고는그것밖에없었다.다만좀달라진것이라면내가오토바이를타고달리는동안이레이싱게임도비약적으로발전해서자기자신의캐릭터를만들어다른접속자와함께달릴수있게된것이었다.마치나를위한게임인것처럼...그리고거기서도나는일등을놓치지않았다.누구와도어떤누구와도달려서지지않았다...나처럼본능적인레이서에게...이길수있는자는없지...난이렇게중얼거리며폴리곤오토바이를몰고서킷을돌았다.그렇게불구가된자신에익숙해져갈때예전의그가나타났다.분명그(그녀)일것이다.나를이지경으로만든그검은자켓의남자가게임속에서나타난것이었다.아이디는뭐였지....아그래Speeder.Speeder란아이디를쓰는그작자는나타나자마자나에게말을걸었다...
-우리신나게달려볼까...
물론이지...그때내지못한승부를내야지...다른몇명의사람들과나는스타트라인에섰다.그리고출발...그녀석은아직이게임에익숙지않은지한참떨어져있었다...그래이번에는내가이길수있다.나는흥분하기시작했다....5바퀴를도는경기에서3바퀴를돌았을때그런흥분은내가지금껏경험하지못한상태로치달았다.화면을바라보는나의눈은튀어나올듯이아팠고손에는잔뜩힘이들어가있었으며...숨이헐떡이기시작했다...그리고4바퀴..한바퀴만더돌면결승점이었다...한바퀴...점점숨이차오르고있었지만정신은점점또렷해졌다.점점...그때내옆으로그검은색가죽자켓이튀어나왔다..언제이렇게따라온거지...저놈...이길테다..꼭앞지를테다...손에더욱더힘이들어가고숨이턱밑까지차올랐지만나는아직그만둘수없었다.이런흥분속에서도너무나맑은정신속에는승리와속도...그것밖에남아있지않았다.더빨리달려주지..더빨리...아...눈이점점흐릿해진다.그놈과의거리는불과1미터도되지않는데이제곳피니쉬라인인데...안돼이겨야한다..이겨야..이겨....야


시체는매우괴기스러웠다.눈은충혈되어붉게변해있고,얼굴은마치고된일을한것마냥늙어있었다.손가락끝은얼마나힘을주었는지손톱이다부러져있었는데이상하게도입가에는미소가흐르고있었다...
“박사님누구하나침입한흔적도없고...자살같지도않습니다.”
시체를바라보던형사가말하자시체의눈을살펴보던의사가이야기했다...
“확실치는않지만아드레날린과다분비에의한사망같습니다.매우흥분했었나봐요.안구혈관이파열되어있고,검시해보면확실해지겠지만내장도많이상한것같은데요.사실매우드문경우인데.요즘에는자주이런시체가나오니.이시체는거기다웃고있어서더욱더섬뜩하네요.20대중반의남자가이렇게늙어버리다니”
“컴퓨터를조사해보니온라인레이싱게임에접속해있던상태더군요..마지막까지게임을했었나봅니다..”
형사의말에의사는다시한번시체를바라보았다.무엇인가성취한듯한..그남자의표정이.몰골과는매우상반되어보였다...그때화면위로메시지가떠올랐다..
-당신이이겼어요....-Speeder-
“자연사인가요...?”
메시지를바라보던형사가묻자...의사는고개를끄덕이며말했다..
“그래도좋겠군요....마지막에이겼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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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된 ... 소설이라고 하기 힘든 글이지만

누군가에게 평가된 가장 최초의 글이기에 애착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