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클럽

어느 여름 밤 본문

잡념과 공상

어느 여름 밤

달부장 2005. 7. 30. 09:51
반응형
선풍기에서는 더운 바람만 나오고 있었고 나는 열대야 때문에 생긴 불면증으로 잠을 자지 못하고 있었다. TV의 심야 프로는 언제나 처럼 내 방을 비추고 있었고 나는 이상하게 접속이 되지 않는 웹페이지에 접속하기 위해 컴퓨터와 씨름 하고 있었다. (Ping 명령어가 제대로 실행되는 것으로 보아 서버는 확실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샤워를 하고 왔지만 금새끈적해졌고 해결되지않고 나를 괴롭히는 문제 때문에 달구어진 머리를 식혀보기 위해 가벼운 웹서핑을 하다가 결국 '쇼군의 사디즘'이라는 조금은 괴상한 제목의 영화 정보를 찾게 되었다. 대충 제목에서도냄새가 풍기지만일본의 중세를 배경으로 한 고어무비 였기 때문에 '기니어 피그'시리즈나 '살로 소돔의 120일'같은 궁금하긴 하지만 열어보고 싶지는 않은 영화 리스트에 올려 놓고 그 밑에 달린 리플에서 기니어 피그 초기작의 감독이자 만화가라는 히노 히데시의 정보를 얻게 되었다.
(실제로 고어 무비에 꽤 강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위의 세 편은여기 저기 들려오는 소문들이 상상력을 자극해서 보고 싶어지게 하기 보다는 보고 싶지 않게 만들어버렸다.)
그 괴상한 그림체와 공포만화의 거장이라는 이름 때문에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들어온 그의 단편집을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사이 날은 밝아버렸다. 재미있는 것은 컴퓨터를 끈 뒤 내가 더위를 잊기 위해 인터넷의 한 곳에 뚫려 있는 공포의 긴 터널을 들어갔다 날이 새자 기어나온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밤새도록 공포라는 꼬리를 쫓아 터널을 헤매다 날이 새자현실로 기어나온것 처럼 말이다.그 인터넷에 뚫어 놓은 정보가 만든 공포의 터널이또 다른 공포는 아닐까 하는 생각에어쩌면 불면 때문일지도 모를현기증을 느끼며 헛구역질을 했다. 나처럼 무더위를 공포물로 잊어보려는 사람이라면 그 공포의 터널을 찾아보는건 어떨지 모르겠다. 그 터널로 가는 길은 여름에는 쉽게 찾을 수 있으니까.
반응형

'잡념과 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클라이브 바커 로부터 시작하여  (0) 2005.07.30
후루야 미노루의 시가테라  (0) 2005.07.30
네번의 허튼짓  (0) 2005.06.16
머리가 아플때는  (0) 2005.06.15
불여우와의 만남  (0) 2005.06.14
Comments